인터넷 정보공개서, 수박 겉핥기?  

영업비밀 비공개 논란…광고비 내역, 초도물품 감춰

연초부터 인터넷 정보공개서를 두고 창업시장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맹점 창업자를 위한 보호법인 가맹사업법의 핵심 요소중 하나인 정보공개서지만,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다보니 예비창업자에겐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등록이 완료되기로 했던 700여개 브랜드의 정보공개서가 결국 1월 1일 ‘인터넷 정보공개서 열람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정보공개서 등록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비창업자들이 인터넷 정보공개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브랜드의 재무제표, 창업시 부담할 금액의 상세내역(초도물품 상세내역 등), 가맹금예치제로 보호받을 수 있는 가맹금의 범위 등 세 가지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까지 운영돼온 인터넷 정보공개서에는 세 가지가 모두 부실하게 운영돼왔다. 재무제표는 2007년 1년만 공개됐고, 지역별 가맹점 평균매출도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예치되는 가맹금의 범위도 가맹본사별로 제각각으로 사실상 가맹금 예치제가 공회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정보공개 안 되는 정보공개서

문제가 된 정보공개서 사항들은 이미 지난해 9월 논란이 된 부분. 당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터넷에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중 영업비밀은 오픈시 가맹본사가 공급하는 초도물품의 상세목록, 재무제표(손익계산서 및 대차대조표), 협력업체 명단, 광고ㆍ판촉비의 상세내역, 가맹점의 상세 주소, 가맹지역본부(지사)의 상세정보, 상품 공급가격과 판매내역 등 7가지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공개를 거부하던 이들 7가지 항목은 예비창업자가 브랜드를 선별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들이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공개서에 이들 대부분이 누락됐다.

따라서 예비창업자가 개별적으로 가맹본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보공개서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제공받는 정보공개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려면 다시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사실상 인터넷 정보공개서가 무용지물인 셈이어서 관련 시스템 구축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인 혈세만 아깝게 됐다.

인터넷 공개 안 되면 ‘가짜 공개서’ 돈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가맹본사 정보가 부실하게 공개되면 가맹계약 현장에서도 위법행위가 판칠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가짜 정보공개서가 제공돼도 예비창업자가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인터넷으로 제공되기로 했던 정보공개서의 공개일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부장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경실련,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한가맹거래사협회 등과의 ‘인터넷 정보제공 범위’ 논의에서도 이미 논란이 예상돼왔다”며 “당시 제도의 조기정착을 앞세워 성급히 논의가 마무리 돼 창업자 입장을 충분히 대변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 이지훈 사무관은 “유예기간을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가 제도를 수용할 수 있도록 강약을 조절하는 것뿐이다”며 “재무제표는 지속적으로 공개해 나가고, 예비창업자 보호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직까지 가맹본사 단속 등으로 제도정착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문제다. 지난 2월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 이후 1년여가 지나도록 사실상 업계 ‘자율’에 맡긴 격이다. 또 정보공개서 등록제, 가맹금예치제 등의 핵심제도가 시작부터 부실 운영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원철 기자 / linua@sbiznews.com